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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외부효과

이국영 기자 | 기사입력 2023/10/12 [16:55]

저출산의 외부효과

이국영 기자 | 입력 : 2023/10/12 [16:55]

저출산의 외부효과

 

둘째를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하러 주민센터에 들렀었다.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다 보니 예전과 비교해 출산 혜택이 많아진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 5년 전 첫째 때와는 다르게 출산축하금 등 큰 금액의 현금지원부터 택시비 쿠폰 등 현물 지급까지 혜택이 다양하였다. 또 하나 놀란 점은 이제 다둥이 혜택 기준이 세 자녀가 아니라 두 자녀부터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worri)은행의 다둥이 신용카드는 두 자녀부터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혜택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 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의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던 일이다. 그럼에도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까지 하락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로 그리고 전쟁 중인 국가에서나 경험할 정도로 낮은 출산율이다. 이러한 급격한 저출산이 고령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우리 사회의 체질을 약화시킬 것이다. 마치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말이다.

 

그동안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다. 선행 연구에서 밝힌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높은 부동산 가격, 여성 노동공급 확대, 고용불안, 높은 교육비, 수도권 집중 등 다양한 요인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도 그동안 저출산과 관련된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였는데 저출산 관련 예산이 국비 기준 20061.0조 원에서 202142.9조 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라는 안타까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은 없을까? 눈여겨볼 점은 앞서 언급한 저출산 요인들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감소추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높은 집값이 우리나라 출산율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었다면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결혼과 출산을 증가시키고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필자는 언급된 요인 외에도 저출산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믿고 있다는 것은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causality)를 분석하지도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잘 연구된 논문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저출산의 외부효과란 무엇인가? 우선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externality)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경제주체의 행위가 수요 및 공급과 같은 가격 결정 과정을 통하지 않고 개인이나 기업 등의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의된다. 가설을 세워보면 이렇다. 분명 높은 집값 및 교육비 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위를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 선택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특히 남의 시선, 유행에 매우 민감한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것에 더해 저출산으로 온갖 암울한 뉴스가 흘러넘친다. ‘노인부양률이 올라서 우리 아이들이 내는 세금 수준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국민연금은 더는 받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소멸하게 될 것이다.’ 등등. 이러한 뉴스를 보면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우리 아이

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되지 않을까?’, ‘그래,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자!’라고 결심할 개연성도 있다. 결국 누군가가 출산을 포기하면서 저출산 시대가 오자 나도 그 영향으로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설이 맞는다면 저출산이 퍼질수록 더욱 빠르게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마치 다단계 사업 피해자가 퍼져나가는 속도처럼 말이다.

 

이렇게 문제가 제기되었다면 자연히 해결책으로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외부효과를 줄이는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에 현실과 다르게 행복한 미래에 관한 기사만 쓰라고 강요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지 않은 솔로 남녀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딩크족의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는 소셜미디어를 강제로 제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만 출산장려 캠페인 등을 시작해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상쇄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등의 육아 프로그램 기획 의도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앞서 말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고려할 때 지금 이 정부의 강력한 저출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꺾어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에 어느 정도 대비할 시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어서 이루어 정부의 신속한 정책 수립이 가능하게 도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실제로는 오역이었다고 하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알려진 다음 문구가 지금 우리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재호(BOK 조사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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