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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칼럼] 시물(施物)과 스님, 그리고 신부들

이국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5/28 [10:19]

[정재학 칼럼] 시물(施物)과 스님, 그리고 신부들

이국영 기자 | 입력 : 2024/05/28 [10:19]
시물(施物)과 스님그리고 신부들

 

천주교 신부나 스님 혹은 원불교 원사들은 농부나 어부·노동자들처럼 무엇을 가꾸고 기르는 생산자(生産者)가 아니다가정을 꾸려 자식을 길러 자자손손(子子孫孫)을 잇게 해주는 사람도 아니다한마디로 죽은 사람들이며그들은 중생의 덕을 입고 백성의 보살핌을 받고 사는 자들이요절대 소비자들이다.

 

그래서 신부이나 스님원사들은 중생 혹은 백성이 갖다 바치는 것을 먹고 입고 쓰며 산다이렇게 갖다 바치는 혹은 하늘과 사람이 내려주는 모든 것을 시물(施物)이라 한다베풀 시()에 물건 물(자를 쓰며이를 헌금 또는 기부(寄附)라고도 부른다.

 

이 시물을 바치는 자는 부자만이 아니다때론 가난한 사람들이때론 억울하고 한 많은 사람도늙은 이도 어린 아이도한결같이 세상의 평온과 구복(求福)을 바라면서 내는 것들이 모두 시물의 범주에 든다.

 

그러나 요즘 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신부들이며스님들이 좌파들과 합세하여 촛불집회를 벌이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는 고개 숙여 한참이나 생각한 적이 있다그들은 우리가 바치는 시물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 시물에 대해어느 책에서 읽은 사명대사의 입산기(入山記)가 문득 떠오른다.

 

산길을 가다 보니 왠 중이 헐레벌떡 내려오고 있었다바로 곁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어인 일인고 싶어 지켜보니그 중은 계곡물에서 배춧잎 하나를 건져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리고는 그 중은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가 그 중이 간 길을 따라 가 보니 암자가 나오고거기까진 무려 십리나 되는 길이었다내가 그 중에게 물었다.

 

십리나 되는 길을 고작 배춧잎 하나 주우려고 내려오셨습니까?”

 

그러자 그 중은 화를 내며 말하였다.

 

세상이 내리는 모든 것이 시물이거늘중이란 무릇 공짜로 그것을 먹고 사는 자들이다어찌 배춧잎 하나라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더냐.”

 

나는 그 말을 듣고 입산을 결정하였다. -

  

중이란 무릇 공짜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며따라서 중이 되려면 배춧잎 하나라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그것이 소위 수도자의 기본자세라는 것이었다천주교 신부도 원불교 원사도 예외일 수 없는 이야기다그것은 한 마디로 평범(平凡)의 진리구도자(求道者)의 진리였다.

 

그러나 세태가 변하여서인가아니면 내가 어리석어서인가수도자들이 수도에 힘쓰지 않고 길거리로 나오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세속인들보다 오히려 수많은 재화를 쓰고 좋은 차를 몰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소위 백성이 바치는 것을 먹고 산다는 사람이 그 백성 위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스탕달은 그의 소설 적과 흑에서 중세 유럽의 온갖 부정부패피의 음모에 신부들이 있음을 고발하였다고려는 중들의 세상이었다온갖 악의 현상에 중들이 있었다그래서 이성계는 중을 천민으로 격하시켰다그러나 대한민국에 그때의 신부들이니 중들이 부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부의 검은 옷은 세상과의 단절’ 곧 죽은 자의 상징이다중들의 삭발(削髮)은 세상과의 단절즉 절연(絶緣)을 의미한다그러나 대한민국의 신부와 중은 모두 세상과 혹은 이념과 결탁되어 있다.

 

사명대사와 배춧잎그리고 소위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진리를 말하는 사람들그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의 영생을 바란다며 고개를 숙이고우리 곁에 와서는 극심한 혼란의 배경이 되고 있다우리의 시물을 받아먹는 자라면우리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그들의 입에서 우리의 동맹군인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혹은 기름진 얼굴로부터 광우병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의 이념을 왜곡하면서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으니 이미 본분을 잊고 사는 사람들일 것이고천문학적인 재화를 만지고 사니 배고픈 수행자들이 아니다성직자(聖職者))가 아니라 세속인(世俗人)일 것이고존경을 받는 자가 아니라 경멸을 받아야 마땅한 자들이다.

 

그러니 요즘 신부들이나 스님들이 사명대사의 일화 속에서 배우는 이런 평범즉 기본을 갖춘 구도자의 진리를 아는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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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 5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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