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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원 칼럼]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나요?:실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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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원 칼럼]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나요?

이국영 기자 | 기사입력 2023/10/03 [12:12]

[정근원 칼럼]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나요?

이국영 기자 | 입력 : 2023/10/03 [12:12]

              

                가슴 두근거림의 첫사랑

                                                        정근원(영상학 박사심층심리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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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나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등하교를 같이 하던 남자애한테 묘한 마음이 들던 병아리 사랑이 생각납니다. 고등학생일 때 교회에서 본 분위기 있던 남학생도 떠오르네요. 첫눈에 반해 죽을 것 같이 열병을 앓았던 사랑은 일 년 후 다시 만났을 때는 햇빛 아래 그림자 같이 느껴져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나의 투사라는 걸 발견하고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정말 내 첫사랑일까? 내 마음은 더 멀리 달려갑니다. 어릴 때 외가 집 싸리문을 나서서 걸어가면 물레방아가 있었어요. 물소리 떨어지는 우렁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마음이 놓이고 활달해졌지요. 기다리던 물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 적막함이 마음을 사무치게 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드높은 늦가을 하늘에 몇 개 달려있던 주홍색 감. 무어라 말할 수 없었던 감정은 숭고함 이었는지 투명한 빛남이었는지. 첫사랑으로는 이게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첫사랑은 나를 새롭게 변화시킨 만남들인 거 같아요

 

중학교 들어가서 짝꿍이 나를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데 공연히 수줍어지던 마음을 짝꿍에게 들켜도 되는지, 모른 척 해야 하는지 어설퍼지던 내 마음. 그 짝꿍은 나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는데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미팅에서 만난 여자애와 필이 통해서 파트너는 버려두고 둘이서 열심히 말했던 친구. 이 친구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학교로 찾아와 나를 놀라게 했었지요. 부모님들조차 쌍둥이 같아서 전화로도 분간하기 힘들어했던 친구입니다.

 

운명처럼 조우한 책이 새로운 우주를 만나게 해주었을 때야말로 엄청난 첫사랑 입니다. 이런 만남은 그림이나 음악, 영화로도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평생 만난 몇 분의 스승들과의 첫사랑은 매번 새로운 차원으로 나를 데려갔습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첫사랑으로 새로 만나다

 

나이 들어 나를 만나러 떠난 여행에서 정작 만난 사람은 부모님 이었습니다. 모든 걸 자식과 남편을 위해 다 바친 어머니의 사랑은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아버지도 너를 위하는 가장 좋은 건 너를 믿어주는 거라고 하셨던 딸 바보였습니다.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부모님의 사랑은 공기와 같아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참 싸가지 없는 딸년 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수용해 주셨던 부모님은 저 혼자 잘난 줄 알며 설치는 딸을 보며 어떤 마음 이었을까요?

 

나에게 몰두해서 살았던 나는 밖에서 새로운 걸 만나느라 바빠서 부모님과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을 외롭게 두고 다가가지 않았던 철없는 아이였습니다. 내가 걱정할까봐 고통을 감추며 좋은 모습만 보여주었다는 걸 그렇게도 늦게야 알았습니다. 내가 부모님을 소외시켰던 것을 알고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엄마의 삶은 엄마 친구들에게서 들어서 알았습니다. 엄마는 내가 엄마의 삶에 대해 물어주기를 기다렸다는 걸 몰랐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새롭게 만나며 내 삶은 근본에서부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에 둔 파랑새를 찾으러 밖으로 돌아다니는 동화 파랑새와 나는 똑같았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큰 첫사랑은 부모님 입니다.

 

첫사랑은 지금도 계속 됩니다

 

가장 큰 첫사랑인 부모님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나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물적으로만 생명을 주신 게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알고 보니까 내가 만든 문제였다는 걸 알게 해주는 거울 역할을 하셨습니다.

 

부모님을 거부하는 나를 받아들인 부모님의 수용은 바로 희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왜 부모님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아픔이 밀려왔습니다. 오해가 풀렸다고 할까요. 이미 돌아가셨지만 엄마와 아빠와 소통을 해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보일 때마다 뭐가 문제지 하며 진지하게 첫사랑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심도 깊은 첫사랑을 계속 하다보면 죽음마저 첫사랑 일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근원(영상학 박사, 심층심리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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