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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슈퍼맨이 아니다.

최성남 | 기사입력 2022/02/15 [11:21]

부모는 슈퍼맨이 아니다.

최성남 | 입력 : 2022/02/15 [11:21]

부모는 슈퍼맨이 아니다.

 

· 우리가 부모가 됐을 때 비로소 부모가 베푸는 사랑의 고마움이 어떤 것인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헨리 워드 비처)

 

우리는 전통적으로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게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믿어왔고, 그렇게 행동해 온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자식의 과제에 개입하거나 떠안는 좋은 부모되기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을 너무 가까이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많은 돈과 시간, 공을 들여 키우는 퍼주기식으로 자식의 교육비용, 결혼, 주택마련 등 자식 지원 3종 패키지를 무조건 해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없는 살림에 자식에게 모든 것을 투자한다. 부모들은 한평생을 먹을 것, 입을 것 제대로 못 하면서, 있는 돈 없는 돈으로 자식들 키우느라 모든 것을 바쳐 뒷바라지한다. 이는 자식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잣대로 살게 하려는 욕심일 수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가 있는 10,117가구를 대상으로 양육 책임 시기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 10명 중 9명 정도가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거나 혼인 취업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때까지는 응답이 46.3%에 달했다. 이어 혼인할 때까지'27.0%’, ‘ 취업할 때까지11.9%로 뒤를 이었다. 평생동안 자녀를 책임지겠다를 의미하는 '언제까지라도5.5%였다. 선진국의 평균인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8.6%에 불과했다. 자식을 위한 우리 부모들의 남다른 집착과 희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모든 동물들은 자기 새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하지만 강한 동물일수록 혼자 살아가고 생존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기 위해서,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매정하리만큼 쌀쌀하게 떼어 놓는다.

선진국에서는 자녀들의 자생력을 스스로 키우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이 세상을 더 건강하게 살도록 해준다. 독일에서는 8~12살 자녀에게 설거지와 청소를 시키고, 12~16살되면 물건을 산다거나 신발을 수리하고, 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시킨다.

미국에서는 3살배기에게 스스로 식사하게 한다. 대학 진학도 부유층이 아니면 자녀는 학자금대출을 받아 대학등록금을 내고 취직하면 월급으로 대출금을 갚아 나간다. 우리나라처럼 대학등록금까지 내주는 건 상상도 못 하거니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나가서 독립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낼 돈이 없으면 대학을 안 가는 것이 당연하고, 20살 성인이 되면 바로 집을 나가 독립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절대 부모 재산에 눈독을 들이지 않고, 부모부양의 책임감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자연히 효도의 풍습이 사라졌고, 부모세대가 일찍이 노후대책을 마련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는 늙어서도 눈물을 머금고 노년의 생활을 포기하면서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늙어서도 어쩌다 자식한테 용돈 타면 탈탈 털어 손자 신발 사주기 바쁘다. 나이 들어서 3가지 바보 노인이 있다고 한다.

늙으면 자식이 용돈을 매달 꼭꼭 챙겨줄 것이라고 믿고 재산을 넘겨주고 나이 들어 자식 눈치 보는 바보, 자식이 놀러 가기 위해 손자를 맡아달라고 해서, 이미 했던 약속까지도 파기하면서 손자를 봐주는 바보, 자식이 놀러 왔다가 자고 갈 때 혹시나 불편할까 싶어서 큰집에 사는 바보라는 것이다.

노후자금을 체계적으로 준비된 사람은 노인층에서 20%도 안 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60대 이후를 남은 힘과 돈으로 살려고 한다. 한국의 모든 부모가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시켰지만, 노년을 스스로 준비할 시간을 잃어 버리고, 노년의 생활 자금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더는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자식에게 들이는 돈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국 부모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이유다.

요즘 유행하는 우스개 이야기는 아들 둘을 둔 엄마는 모시기를 서로 미루는 바람에 이집 저집 다니다가 길에서 사망하고, 아들 하나둔 엄마는 양로원에서 사망하고, 딸 가진 엄마는 딸 집에서 설거지하느라 싱크대 앞에서 사망한다고 한다. 그리고 재산을 안 주면 맞아 죽고, 반주면 쫄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자식들의 재정 상태는 그들의 문제다. 부모가 개의치 말아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부모를 모실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급하면 부모의 재산을 자신의 주거래은행의 예금통장인양 꺼내 쓸려고 한다. 더 극단적으로는 자식은 저승에서 온 빚쟁이고, 허가낸 도둑놈이라고 한다.

가문의 영광이며 기둥이라 하는 자식의 모든 뒷 바라지 해서 석사 박사 시켜봐야, 그 기둥이 부모를 배신한다. 품 안에서 자식이지 결혼하면 남이고, 며느리가 더 높다. 며느리는 골방 하나 얻어주고 개 밥 주듯 생활비 몇푼 주면서 집에도 못 오게 하는 세상이다.

자식 학비 대느라 배 골고, 허리등 휘면서, 이 생명 다 바쳐 도와준 후에 훗날 남는 것 없이 빈손이라면 큰 죄를 진 것이다. 현실에 있어, 그 대가는 혹독하다. 그 죄는 고급스런 자식 집에 가보면 그 답을 당장에 알게 된다. 자식 내외 출근할 때 강아지 밥은 챙기나, 시부모 밥은 안중에도 없다. 애완견 보다 못한 삶이다. 부모가 관심을 보이는 것조차도 귀찮고 잔소리로 비칠 뿐이다.

자식을 불량 자식으로 키우는 실패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식이 원하는 것을 다 해 주는 것이다. 대접만 반고 자란 아이가 커서 부모 모시는 법을 안 배웠으니, 부모부양이 안 되는 것이다. 자식에게도 하인의 법을 가르쳐 줘야, 훗날 부모 부양을 할 수 있다.

자식을 키울 때 자식 비위 맞추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 부모는 결국 자식들의 하인이 되는 원인이 된다. 요즘 부모님 모시는 것을 귀찮다는 젊은이들의 행위는 자식들을 왕자 공주로 키운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 말로는 자식사랑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동차 공장에서 불량 자동차를 만들면 길거리에 불량 자동차가 굴러다니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부모가 불량 자식으로 키우면 불량 자식들이 생겨난다. 왕자 공주가 부모 모시는 법을 모르고 컸다면, 그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부모가 하인의 법을 안 가르친 책임을 지게 된다.

자식들은 무엇을 배우느냐에 달려 있다. 자식들은 삶의 대부분을 부모에게서 배운다. 교육은 원래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가정교육이라고 한다. 부모보다 더 자연스럽고 적합한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

자식들에게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모가 몹시 아프거나 피로할 때에도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자식만 챙기다 정말로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힘들었던 부모의 시간이 자식들에게 가장 좋은 투자다.

자식의 적성에 띠라서 타고난 지혜와 재능을 길러서 그 능력대로 키우는 것이다. 이제는 언제 어떻게 자식을 '놓아 버릴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고통 분담을 통해 독립심을 심어줘야, 지혜롭게 자녀들을 독립시킬 준비하는 것이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 먹이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자식을 효자로 만드는 방법은 자식에게 기대하지 말고, 내 몫은 꼭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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