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가 주는 교훈 : ‘포용’의 필요성
설재훈 비전제로 코리아 설재훈 대표 (교통공학박사, 교통기술사)
지난 2024년 12월 29일(일) 전라남도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인하여 179명의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주는데, 그 중에서도 재난안전관리 전문가인 필자의 시각에서는 우리 사회에 ‘포용’의 개념을 좀 더 폭넓게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 포용의 개념을 도로교통안전에 접목한 것이 ‘포용설계’라는 용어인데, 영어로는 ‘Forgiving Design’이라고 하며, 직역하면 ‘용서하는 설계’ 또는 ‘포용하는 설계’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도로를 설계할 때 운전자가 잘못 실수하여 도로를 벗어나더라도 곧바로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경미한 부상에 그치거나 또는 원래의 차도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도로변에 가로등 지주를 세울 때, 예전에는 자동차가 지주를 충돌하더라도 지주가 쓰러지지 않도록 두꺼운 강철 지주에 튼튼한 콘크리트 기초를 설치하는 것을 잘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고 나니까, 자동차가 실수로 도로를 벗어나서 지주와 충돌할 때, 지주는 멀쩡하게 서있지만 운전자는 그 충격으로 현장에서 사망하는 일이 생겨났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동차가 실수로 도로를 벗어나서 지주를 충격하더라도, 지주의 밑 부분에 위 아래의 원형 지주를 리벳으로 약하게 이어 붙인 부분을 만들어서, 이 부분이 부러져 나감으로서 운전자가 죽지 않도록 설계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포용설계(Forgiving Design)’의 개념이다. 이번에 대형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경우, 방위각 표시시설인 로컬라이저(Localizer)를 지탱하는 기초를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서, 여객기가 이 콘크리트 방벽에 부딪혀서 폭발하면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이 가장 아쉬운 사항이다. 만일 이 로컬라이저를 설치할 때 ‘포용설계’의 개념을 생각하여,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에 부딪힐 때도 로컬라이저만 부러지고 여객기는 그대로 뚫고 지나가게 만들었다면, 여객기는 육지와의 마찰력으로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면서 많은 승객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이러한 ‘포용설계’의 이론은 도로안전이나 공항안전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전반에 결쳐서 좀 더 폭넓게 사용되고 적용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여와 야로 나뉘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단 한 번의 실수만 하면 곧바로 물고 늘어져서 상대방이 죽도록 만들어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구조가 되어 극한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용서와 포용의 개념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시스템인 것이다. 용서와 포용은 고사하고 오히려 일부러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어서 상대방이 이 장벽에 부딪혀서 죽도록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상대방만 죽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도 언젠가는 해외여행으로 공항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실수를 하면, 살아남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실수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사회는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더라도 결코 선진국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번에 대형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시설은 즉시 포용설계의 개념을 적용하여 개선해야만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권을 비롯하여 모든 분야에서 한 번의 실수를 용서하고 받아주는 ‘포용(Forgiving)’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러한 포용의 필요성을 가장 많이 깨닫고 잘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실버 세대, 노인 세대이므로, 앞으로 노인 세대가 바로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최적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칼럼/에세이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