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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위에서 버티는한 장의 달력

이 준 기자 | 기사입력 2024/12/27 [12:13]

벽위에서 버티는한 장의 달력

이 준 기자 | 입력 : 2024/12/27 [12:13]

                     벽위에서 버티는한 장의 달력
                      
                                                                                     (칼럼니스트/海垣, 이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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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중년이 되면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 버린 세월입니다. 중년은 UN이 재정립한 평생연령기준에 따르면 66세부터 79세를 의미합니다.

내리막 갈은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는 산행시 오르기는 힘들지만 내려 오는 것은 거저먹기와 같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때부터 가만히 있는 세월을 들먹이면서 생각에 잠기기 마련입 니다. 달랑 남은 한 장의 카렌다는 해마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 를 연상케 합니다.

어쩔 수가 없다고 봅니다. 병상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담장이 덩굴이 하나만 남은 잎새를 보고 있으면 저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마지막이란 사실을 느낄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살려는 의욕이 강합니다. 생이 '고해의 바다'이긴 하지만 지구에서 일생동안 살면서 정이 들어서 떠나기는 결코 싫을 것입니다.

이를 잊고자 송년모임을 가진다고 생각을 하여 봅니다.  '忘年會'는 일제 강점기 때 사용하던 용어 입니다. 가급적 송년회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디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흰머리와 주름뿐입니다. 마음은 그나마 빠르게 늙지는 않는듯 합니다.

자기의 뱃살을 가져가 달라는 여자 친구들의 푸념은 조금 슬픈 얘기로 들리긴 합니다. 남자와 달리 애기를 낳기 때문에 배가 볼품이 없이 늘어 지기 마련일 것입니다.

부부도 늙어 가면서 측은지심의 情마져 어디로 도망을 가버리고 마는지 대화에 윤기가 없다고 푸념을 토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떠나기 위하여 이생에서 서서히 정을 뗄려고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생의 원수가 부부로 만나서 원수의 감정을 풀라고 했거늘 오히려 '왠수'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무엇보다 부부의 절반이 갈라섭니다. 이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한집 건너 한집꼴로 이혼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가정이 헤체 되는데 행복이 있을 턱이 없다고 봅니다.

황혼이혼도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입니다. 심각한 문제인데 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체 출산율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당국입니다.

시집간 딸이 못살겠다고 야밤에 친정으로 오면 옛날에는 그집 귀신이니 되돌려 보내었습니다.

지금은 친정어머니가 오히려 빨리 헤어지길 독촉 하면서 위자료를 챙기는 야속한 시대 입니다. 실제 그러합니다.

삶은 각자의 몫입니다. 제발 善業으로 善果를 남기도록 한해를 되돌아 보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 했거늘 아직도 7개 정도의 城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은사이신 청남 권영한 님의 시집 <오늘이 최고의 날>의 詩 가운데 '가는 세월'의 한 구절입니다.

아흔 셋의 연세에 글을 쓰시고 시를 짓습니다. 서예도 대단하십니다.
시집을 보내 주셨는데 냉큼 받기만 하여 속죄의 심정으로 단번에 읽었더니 지금 시간이 새벽 1시가 지나 버렸습니다.

평은 엄두도 낼 수 없지만 그야말로 珠玉같은 詩입니다. 영혼이 청결해 졌는지 잠이 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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